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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유래, 신라의 가배에서 시작

category 기타/기타 2021. 9. 1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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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우리문화신문>

우리 겨레 명절 가운데 ‘한가위’는 가장 큰 명절이다. ≪열양세시기≫에 있는 “더도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는 말처럼 한가위는 햇곡식과 과일들이 풍성한 좋은 절기로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다. 

▲ 한가위 명절은 뒷동산에 올라 토끼가 방아를 찧는 달맞이 하는 날(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가위의 유래와 말밑

한가위는 음력 팔월 보름날로 추석, 가배절, 중추절, 가위, 가윗날 등으로 불린다. '한가위'라는 말은 ‘크다’는 뜻의 '한'과 '가운데'라는 뜻의 '가위'라는 말이 합쳐진 것으로 8월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이다. 또 '가위'라는 말은 신라 때 길쌈놀이(베짜기)인 '가배'에서 유래한 것인데 다음과 같은 ≪삼국사기≫의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신라 유리왕 9년에 국내 6부의 부녀자들을 두 편으로 갈라 두 왕녀로 하여금 그들을 이끌어 음력 열엿새 날인 7월 기망(旣望, 음력 16일)부터 길쌈을 해서 8월 보름까지 짜게 하였다. 그리고 짠 베의 품질과 양을 가늠하여 승부를 결정하고, 진편에서 술과 음식을 차려 이긴 편을 대접하게 하였다. 이 날 달 밝은 밤에 임금과 백관 대신을 비롯해 수십만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왕녀와 부녀자들이 밤새도록 ‘강강술래’와 ‘회소곡(會蘇曲)’을 부르고, 춤을 추며 질탕하고 흥겹게 놀았다.“ 이 길쌈짜기를 그 때 말로 ”가배“라 했는데 가배가 변해서 ”가위“가 된 것이다.

한가위의 다른 이름인 중추절(仲秋節)은 가을을 초추(初秋), 중추(仲秋), 종추(終秋) 석 달로 나누어 음력 8월 가운데에 들었으므로 붙은 이름이다. 추석이라는 말은 ‘예기’의 '조춘일(朝春日) 추석월(秋夕月)'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과 중국에서 중추(中秋), 추중, 칠석, 월석 등의 말을 쓰는데 중추의 추(秋)와 월석의 석(夕)을 따서 ‘추석(秋夕)’이라 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 더 많이 쓰이는 ‘추석’은 말밑(어원)이 명확하지 않은 말이다. 따라서 이 말밑이 분명치 않은 중국 출신 “추석”보다는 신라 때부터 오랫동안 우리 겨레가 써온 토박이말 “한가위”라고 부르는 것이 더 좋겠다.


한가위의 세시풍속, 반보기와 밭고랑 기기

한가위에 즐기는 세시풍속으로는 벌초(伐草), 성묘(省墓), 차례(茶禮), 소놀이, 거북놀이, 강강수월래, 원놀이, 가마싸움, 씨름, 반보기, 올게심니, 밭고랑 기기 따위를 들 수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풍속은 벌초와 성묘 그리고 차례다. 한가위 때 반드시 벌초를 하는 것이 자손의 도리로 여겼으며, 한가위의 이른 아침에 사당을 모신 종가(宗家)에 모여 차례를 지낸다. 그리고 성묘를 가는 것이 순서다.

① 소놀이 : 풍물패를 따라 소를 흉내 내며, 온 마을을 다니며 노는 놀이.‘소놀이’를 할 때는 그 해 농사를 가장 잘 지은 집 머슴을 상머슴으로 뽑아 소등에 태우고 마을을 돌며 시위한다.

② 거북놀이 : 수수잎을 따 거북이 등판처럼 엮어 등에 메고, 엉금엉금 기어 거북이 흉내를 내는 놀이. 이 거북이를 앞세우고 “동해 용왕의 아드님 거북이 행차시오!”라고 소리치며, 풍물패와 함께 집집이 방문한다. 대문에서 문굿으로 시작하여 마당, 조왕(부엌), 장독대, 곳간, 마구간, 뒷간 그리고 마지막에는 대들보 밑에서 성주풀이를 한다. 조왕에 가면 “빈 솥에다 맹물 붓고 불만 때도 밥이 가득, 밥이 가득!” 마구간에 가면 “새끼를 낳으면 열에 열 마리가 쑥쑥 빠지네!” 하면서 비나리를 한다. 이렇게 집집을 돌 때 주인은 곡식이나 돈을 형편껏, 성의껏 내놓고 이것을 잘 두었다가 마을의 공동기금으로 쓴다.

③ 강강술래 : 손에 손을 잡고 둥근 달 아래에서 밤을 새워 돌고 도는 한가위 놀이의 대표. 이 놀이는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물리칠 때 의병술로 시작한 것이라는 설이 있으며, 또 이러한 집단 원무의 시작은 원시 공동체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강강술래는 둥글게만 돌지 않고 갖가지 놀이판으로 바뀌면서 민요를 곁들인다.

"하늘에는 별도 총총 강강술래 / 동무 좋고 마당 좋네 강강술래 / 솔밭에는 솔잎 총총 강강술래 / 대밭에는 대도 총총 강강술래 / 달 가운데 노송나무 강강술래”앞소리꾼이 소리를 내면, 모두는 받아서 강강술래로 메긴다. 새벽이 부옇게 움터올 때까지 강강술래는 그칠 줄을 모른다.  

▲ 한가위 민속놀이 <강강술래> (그림 송전 이상윤 한국화가)

④ 원놀이 : 서당에서 공부하는 학동들이 원님을 뽑아서 백성이 낸 송사를 판결하는 놀이로 일종의 모의재판.

⑤ 가마싸움 : 이웃서당의 학동들끼리 만든 가마를 부딪쳐서 부서지는 편이 진 것으로 하는 놀이다. 이긴 편에서 그 해에 과거시험에 급제한다는 믿음이 있다.

⑥ 올게심니(올벼심리) : 한가위를 전후해서 잘 익은 벼, 수수, 조 같은 곡식의 이삭을 한 줌을 묶어 기둥이나 대문 위에 걸어 두고, 다음해에 풍년이 들게 해 달라고 비는 풍습이 있는데 이때 음식을 차려 이웃과 함께 잔치를 하기도 한다. 올게심니한 곡식은 다음해에 씨로 쓰며, 떡을 해서 사당에 바치거나 터주에 올렸다가 먹는 게 전라도 풍속이다.

⑦ 풋바심 : 채 익지 않은 곡식을 철 따라 새로 난 과실이나 농산물을 먼저 돌아가신 조상에 올리는 일, 즉 천신(薦新)하기 위해서 벤다. 또 새로 거둔 햅쌀을 성주단지에 새로 채워 넣으며 풍작에 감사하는 제를 지내기도 하는데 경상도 풍속이다.

⑧ 밭고랑 기기 : 전라남도 진도에서는 한가위 전날 저녁에 아이들이 밭에 가서 발가벗고 자기 나이대로 밭고랑을 긴다. 이때에 음식을 마련해서 밭둑에 놓고 하는 일도 있다. 이렇게 하면 그 아이는 몸에 부스럼이 나지 않고 밭농사도 잘된다고 믿는다.

⑨ 반보기 : 시집 간 딸과 친정어머니가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시절 한가위가 지난 다음 중간에 만날 장소를 정해 음식을 장만해 가서 어머니와 딸이 만나 회포를 푸는 풍속이다. 도중에 만났다 하여 한자말로 “중로상봉(中路相逢)”이라고도 한다.  

▲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가 도중 장소를 정해 음식을 장만해 만나는 <반보기>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한가위의 시절 음식, 송편과 신도주

“설에는 옷을 얻어 입고, 한가위에는 먹을 것을 얻어먹는다.”라는 우리나라 옛 속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가위는 곡식과 과일 등이 풍성한 때이므로 여러 가지 시절 음식이 있다.

≪동국세시기≫에는 송편, 시루떡, 인절미, 밤단자를 시절 음식으로 꼽았다. <농가월령가>에는 신도주(新稻酒), 오려송편, 박나물, 토란국 등을 이때의 시절음식이라고 했으며, 송이국, 호박, 박, 가지, 고구마 따위를 납작납작하거나 잘고 길게 썰어 말린 것으로 국을 끓인 고지국도 영동 지방에서는 별식으로 먹는다. 한가위 차례상에서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술이다. 한가위 때 마시는 술은 ‘백주(白酒)’라고 하는데, 햅쌀로 빚었기 때문에 ‘신도주(新稻酒)’라고도 한다. 한가위는 추수를 앞둔 때여서 사람들의 마음이 풍족해져 서로 술대접을 하는 수가 흔했다.  

▲ 한가위 대표적인 명절음식 <송편>

 

송편은 대표적인 한가위 음식이다. 송편에 꿀송편, 밤송편, 깨송편, 콩송편, 대추송편 따위가 있으며, 이때 솔잎을 깔아 맛뿐 아니라 향과 시각적인 멋도 즐겼다. 솔잎에는 살균물질인 피톤치드(phytoncide)가 다른 식물보다 10배 정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 유해성분의 섭취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위장병, 고혈압, 중풍, 신경통, 천식 등에 좋다고 한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모시잎을 삶아 넣어 빛깔을 낸 모시잎 송편, 강원도 지방에는 감자송편이 있다. 쑥송편, 치자송편, 호박송편, 사과송편 등도 별미다.

얼마 전만 해도 가정에서 온 식구가 둘러앉아 정담을 나누며 송편을 빚는 정경이 아름다웠다. 송편을 잘 만들어야 예쁜 아기를 낳는다는 말에 서로 은근히 솜씨 경쟁을 벌이기도 했으며, 빚은 송편이 예쁜지 볼품이 없는지에 따라 배우자 될 사람의 얼굴도 그렇게 된다는 말을 믿었다. 또 임신한 부인들은 송편에 솔잎 한 가닥을 가로로 넣어 쪘는데, 찐 송편을 한쪽으로 베어 물어서 문 부분이 솔잎의 끝쪽이면 아들이고, 잎꼭지 쪽이면 딸이라고 했다. 세월이 풍속을 바꾸는 탓인지 점차 가정에서 송편을 빚는 모습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어쩌면 세상살이가 힘들어진 탓일 수도 있으며, 개인주의가 만연되어 식구들의 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따뜻한 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이라면 한가위에는 온 식구가 둘러앉아 오순도순 얘기꽃을 피우며 송편을 빚어보는 행복함을 누려보면 좋을 일이다.


한가위, 떠오르는 보름달, 이웃과 함께 보는 날 

▲ 올 한가위에 뜨는 달은 13%나 커보이는 수퍼문이란다.

 

올 한가위는 가장 작게 보였을 때보다 무려 13%나 더 커 보이며, 20~30% 더 밝은 소위 “수퍼문“이란다. 이렇게 보이는 까닭은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가 보통 38만 4,401km인데 견주어 이번 보름달은 9일 0시 기준으로 지구와 35만 9,066km 거리를 유지하게 돼 약 2만 5,000km 가량 가까워지기 때문이라고 한국천문연구원은 발표했다. 또 연구원은 "올 한가위 보름달은 전국 곳곳에서 8일 오후 6시 안팎에 뜰 것"이라고 밝혔다.

보름달이 뜰 때 우리 겨레는 횃불을 들고 뒷동산에 달맞이 하러 오른다. 이를 한자말로 ‘망월(望月)“이라고도 했다, 먼저 동산에 올라 달을 보는 사람이 비는 소원은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그런데 이때 달을 혼자 보겠다고 우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달은 누구나가 보는 달이기 때문이다. 아니 손잡고 여럿이 함께 달을 보면 그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더 큰 달이 떠올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한가위엔 주위에 고통 받는 이는 없는지 둘러볼 일이다. 특히 아직도 세월호 사건으로 실종되어 지금껏 돌아오지 못한 사람의 가족들은 이번 한가위가 명절이 될 수 없다. 올 한가위에 달맞이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소원이 아닌 세월호 실종자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빌어보는 소원을 빌어보자.

▲ 여럿이 함께 하는 달맞이는 달이 더 커보인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기사링크:  https://www.koya-culture.com/mobile/article.html?no=96913